‘팬텀세대’ 그들에 대한 이해

20대의 온라인 댓글 활동이라 하면 대다수는 악플 달기를 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릴지도 모른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20대의 온라인 익명 활동에 대한 선입견이다.

20대는 사회적 이슈부터 연예인, 개인적 관심사에 이르기까지 온라인에서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20대들은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대학내일20대연구소 칼럼 기고 팬텀세대 그들에 대한 이해 글. 김금희(대학내일20대연구소) 20대의 온라인 댓글 활동이라 하면 대다수는 악플 달기를 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릴지도 모른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20대의 온라인 익명 활동에 대한 선입견이다. 20대는 사회적 이슈부터 연예인, 개인적 관심사에 이르기까지 온라인에서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20대들은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익명 활동의 유형과 그 이유 악플 혹은 댓글에 국한될 거라는 선입견과 달리 실제로 20대들은 익명 채팅, 커뮤니티, 익명 페이지, 익명 어플 등 각자의 관심사와 취향에 맞는 채널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 익명 채팅은 남성과 직장인이 주로 활동하고, 커뮤니티는 20대 후반과 직장인이, 익명 페이지는 20대 초반과 대학생의 활동이 많은 편이다. 익명 어플의 경우, 20대 여성이 주로 이용하는 익명 어플은 평소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혼자 끄적이며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고, 나와 비슷한 감성을 지닌 타인의 글도 찾아보며 공감 표현이 가능하다는 속성이 두드러진다. 반면, 20대 남성이 주로 이용하는 익명 어플은 익명 채팅과 같이 나 혼자가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에 잘 어울리거나 잘 공감해줄 수 있는 상대방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특징이다. 즉, 20대 여성은 느리지만 감성적으로 소통하는 교환일기형, 20대 남성은 직접적으로 다가오고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대화형 익명 채널을 더 선호한다. 온라인에서 익명 활동을 하는 방법으로 흔히 실명을 감춘 닉네임을 떠올릴 것이다. 사실 20대들은 닉네임을 사용하는 것 외에도 일부 개인정보를 비공개로 설정하여 이중 잠금을 하고, 세컨드 계정을 만들거나 글펑/빛삭으로 순식간에 게시글을 스스로 삭제하기도 하며, 닉네임 수시 변경이나 쉽게 알아볼 수 없는 바코드 닉네임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익명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20대들이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활동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현재 사회적 상황과 맞닿아 있다. 개인정보유출로 인한 사고와 피해가 흔하게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법적 대항을 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20대가 자신의 사회적 의견을 솔직하게 표출하고 타인과 자유롭게 소통하려는 욕구를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익명 활동인 것이다. 익명성의 두 얼굴 익명 활동에는 분명 양면성이 존재한다. 역기능적 측면은 익명성을 방패삼아 특정인에 대한 비난/혐오, 개인신상털기, 의도적인 여론 형성이나 조작, 범죄의 수단이 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평소 억눌려있던 개인적 욕구를 분출하는 탈억제(Disinhibition)와 개인보다 집단일 때 견해와 의사결정이 극단으로 치닫는 집단극화(group polarization) 현상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들은 비단 익명일 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실명일 때 보다 익명일 때 쉽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반면, 익명 활동의 순기능적 측면에는 자유로운 정보 공유, 익명 페이지 내 고발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처벌 조치가 되었던 사례 등이 있다. 익명 활동의 장점은 내 주변 관계나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 없이 본인의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들의 참여를 촉진할 수 있고,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게 하며 나아가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국회의원의 정치적 행동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문자 폭탄을 보내는 현상에 대해 직접민주주의 혹은 참여민주주의로 해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나와 의견이 같은 타인들을 보며 지지를 얻을 수 있고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으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자정능력을 기를 수 있게 된다. 유령과 프라이버시의 상관관계 20대들은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소통하던 본질 그대로를 오프라인에 옮겨와서 표출하기도 한다. 온라인 댓글과 유사하게 익명의 짧은 메시지를 쉽고 간단하게 포스트잇으로 표현했던 강남역/구의역 포스트잇 추모, 익명의 온라인 공간에서 모두가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자발적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행동했던 이화여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반대 시위, 혼자 참여했지만 뜻이 같은 사람들과 온라인 특유의 유쾌함으로 목소리를 냈던 탄핵 촛불 집회의 장수풍뎅이연구회, 범깡총연대와 같은 활동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20대를 팬텀세대라고 표현한다. 팬텀세대Phantom+세대는 유령처럼 본인의 흔적은 남기지 않으면서 의견을 마음껏 표출하고 타인과 소통하려는 20대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집단보다 개인의 욕구와 권리, 정체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에 대한 인식은 개인, 즉, 나와 관계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며, 서로 다름과 개성을 인정하려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을 갖고 있다. 팬텀세대는 이런 개인주의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익명으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며 사회적 의견을 표출한다. 본인이 그러하듯 타인의 익명 활동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연예인의 사생활 침해 사건에 같이 분노하기도 하며,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편이다. 오프라인에서 목소리를 낼 때는 가면이나 마스크를 활용하기도 한다. 얼굴을 드러내어 타인과 함께 사회적 의견 표출 활동을 하더라도 반드시 서로 사적인 친목을 다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개인주의 맥락에서 자발적 참여와 자율적 행동이 존중되는 연대 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최근 촛불 집회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사회적 의견 표출 활동에 대해 이 팬텀세대들은 안전하고 평화롭게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새로운 집회/시위 문화의 형태로서 인정하고 있다. 팬텀에 바라다 정리하자면, 팬텀세대는 익명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네이티브인 20대 다운 모습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방법으로서 익명성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해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익명성으로 규정하고 폐쇄하려는 태도는 도구를 탓하는 것과 같다, 사용자가 도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감시의 눈이 되어야 하며, 부작용에 대해 마땅한 비판과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 논의도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팬텀세대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팬텀세대의 주체적인 역할도 중요하다. 양면성을 지닌 익명의 힘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지, 또 오프라인으로는 어떻게 표출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팬텀세대에게 달려 있으며, 소통과 합의를 통해 자생적인 추진력을 얻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20대들이 개인주의적 가치관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발전시켜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새로운 집회/시위 문화를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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